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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옷을 입고 있나요

잡지 광고 속 슬로건, 오며 가며 지나치는 스토어, TV 광고에서 당신에게 던지는 한 마디… 사람들이 브랜드를 만나고,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접점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유형有形의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라면 여기에 중요한 접점 하나가 더 추가됩니다. 바로 ‘패키지 디자인’입니다.

패키지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상품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소비자에게 상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의 패키지 디자인은 기능적인 역할을 뛰어넘어, 상품과 브랜드 스토리를 재치있는 아이디어로 엮어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겉포장’이 아닌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장場’이 된 것입니다. 특히나 같은 군의 제품들이 엇비슷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패키지 디자인의 힘을 더더욱 강해집니다. 시선이 한번 더 가고, 미소 짓게 만들고, 호기심이 생겨 검색해보기도 하고, 나아가 나만 보기 아까워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하게 만들 수 있는 패키지 디자인이, 소비자 관점에선 브랜드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가 된 것입니다.

이런 패키지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소비자의 시선을 잡기 위해 많은 브랜드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타 브랜드와의 경쟁을 넘어 매일 새롭게 쏟아지는 다양한 분야의 제품들과 볼거리 속에서, ‘이슈’가 되어 ‘공유’되지 않으면 쉽게 잊혀지는 무한 경쟁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며 회자되었던 기발한 패키지 디자인 사례들과 그들이 어떻게 선택받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방법을 4가지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1. 패키지, 광고 그 자체가 되다

NOBILIN 소화제 패키지와 IKEA 주방도구

 

패키지의 컨셉 디자인 기존의 패키지 디자인 포맷을 99% 유지하면서, 그 자체만으로 광고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면? 1%의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내는 영리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머릿 속에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독일 제약회사 Medicom Pharma의 소화제 브랜드인 NOBILIN입니다. 이미지 속 소화제의 앞면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전형적인 알약 패키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뒷면엔 소화불량을 일으키기 쉬운 소, 돼지, 생선 등 Heavy한 음식들이 과녁이 되어 그려져 있습니다. 한 알 한 알 뚫을 때마다 시원하게 뚫리는 음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화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Target Heavy Food’라는 문구로 패키지 디자인의 컨셉을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일반적인 알약 패키지를 사격 게임장으로 변신시킨 이 재기 발랄한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게 ‘NOBILIN은 책임지고 뚫어주는 소화제’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IKEA 주방도구 패키지의 컨셉 디자인도 이 영리한 방법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얇게 잘 깎여요’, ‘단단한 캔을 쉽게 열 수 있어요’라는 텍스트 없이, 패키지를 한꺼풀 벗겨진 오이와 입이 살짝 벌려진 캔으로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인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패키지 디자인은 IKEA 브랜드가 갖고 있는 Simplicity의 면모를 더욱 강화시켜주고 있습니다.

 

2. 강점을 200% 드러내다

NIKE의 Air Max 패키지 디자인

 

제품을 기획할 때 차별화 요소로 고려하는 것 중 한 가지는 강점을 골고루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패키지 디자인 카테고리에도 적용됩니다. 운동화에 ‘Air’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혁신을 일으키고, 다양한 디자인 시리즈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NIKE의 Air Max 패키지가 그 좋은 예 입니다.

운동화의 Air가 지면과의 충격으로부터 당신의 몸을 보호하는 것처럼, 어떠한 충격에도 거뜬할 것 같은 빵빵한 Air 속에서 온몸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는 운동화의 자태에 어느 누가 시선이 주지 않을 수 있을까요? 로고가 가려지고, 깨알같이 적힌 모델명을 굳이 찾아 읽지 않아도 브랜드와 제품을 인지할 수 있는 이 기막힌 패키지 디자인은 NIKE의 브랜드 파워에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과거 워크맨 플레이어로 전자제품 브랜드의 강자로 이름을 떨쳤었던 소니가 새롭게 출시한 The Bottled Walkman의 패키지도 좋은 예입니다. ‘물은 전자제품에 절대 닿아서는 안 되는 적’이라는 고정관념을 비웃듯, 물로 가득 찬 병에 흠뻑 잠긴 상태로 판매하는 헤드셋 일체형 MP3 플레이어라니! 물 속에서도, 격한 운동으로 땀이 날 때도 음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방수’라는 강점을 이보다 임팩트 있게 보여줄 순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패키지 디자인에 힘을 실어준 ‘신의 한 수’는 매대에 있습니다. 타겟층이 있는 Gym과 수영장 자판기 안에 음료수와 함께 배치해놓은 것! 이 과감한 패키지 디자인과 디스플레이는 큰 이슈를 만들어내며 성공적인 제품 판매로 이어졌고, 제품이 출시된 직후에는 SONY의 가장 인기 있는 상품 3위로 급상승, Newzealand에선 매진이 되는 등 SONY의 재도약 의지를 보여주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SONY의 The Bottled Walkman 패키지 디자인과 이를 위한 스페셜 자판기

 

3. 속을 내보이다

Pizza Shigaraki의 패키지 디자인과 피자에 들어가는 쌀의 원산지인 일본 Shiga 지역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각종 미사여구와 형형색색의 컬러로 껍데기로 이목을 끌기보다 그 속에 들어있는 알맹이를 직접 보여주는 편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데 효과적일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제품의 일부를 드러냄으로써 차별화하는 패키지 디자인은, 믿을 수 있는 재료와 먹고 싶게 만드는 ‘비쥬얼’이 중요한 푸드 브랜드들이 주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례로는 Pizza Shigaraki 브랜드가 있습니다. 벼 농작으로 유명한 Shiga라는 일본지역의 쌀로 만든 피자 브랜드로, 피자의 주 재료가 되는 Japonica 쌀의 특징인 통통한 쌀알 모양을 모티브로 하여 프레임 속에 피자가 ‘쌀로 만든 피자’라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재치 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외박스를 열면 보이는 Dark green컬러의 종이 패키지는 소비자들에게 자연주의적인 느낌을 전달하고, 피자를 만드는 과정과 맛있게 먹는 법 등이 아기자기하게 적힌 내부 디자인 역시 핸드메이드 쌀 피자인 Pizza Shigaraki 브랜드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4. 제품 본연의 모습을 살리다

Shiawase 바나나의 패키지 디자인

 

비록 내가 사려는 제품이 산 너머 물 건너 생면부지의 사람들의 손을 거쳐 온 제품이라고 해도, 내 손에 갓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면 더 뜻깊은 구매 경험이 되지 않을까요? 일본어로 ‘Happiness’를 뜻하는 Shiawase 바나나는 필리핀 Mindanao섬 중북부 지역의 해발 1000m 이상 지대에서 자란 바나나를 판매하는 브랜드로 품질 관련 어워드를 2번 수상할 만큼 고품질입니다. 이렇게 검증된 맛을 가진 훌륭한 바나나는, 사치스러운 패키지에 가려지지 않고 제품 본연의 모습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패키지 디자인되었습니다. 브랜드 스토리가 적힌 라벨은 노란 색에 2중으로 만들어 바나나와 위화감이 없도록 하였고, 실제와 흡사한 거대한 바나나잎 쇼핑백은 소비자들에게 갓 딴 바나나를 구매하는 것 같은 인상 깊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펼쳐진 바나나잎 안쪽에는 Shiawase Banana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상세정보가 적혀져 있어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바나나를 키운 이들의 정성마저 담긴 듯한 이 패키지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진정성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Shiawase 바나나의 패키지 디자인

 

위의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으로, 한 지면에는 다 소개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패키지 디자인 사례들과 기발한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이 중 어떤 사례를 케이스 삼아 어떠한 방법으로 패키지를 디자인하느냐는 결국 브랜드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어렵게 잡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제품 구매 단계를 넘어 브랜드를 다시 찾고, 애정을 갖게 만드는 뿌리는 결국 안에 담긴 ‘제품’이라는 사실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소비자들에게 좋게 평가되는 패키지 디자인들의 공통점은 제품 그 자체와 패키지 디자인 사이의 ‘잘 잡힌 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컨텐츠는 좋지만 패키지에 충분히 드러나지 못하고 있거나 패키지 디자인을 믿고 샀는데 열어보니 ‘빛 좋은 개살구였더라’하게 되는 브랜드라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정성 들여 만든 제품을 더 널리 쓰이게 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패키지 디자인과 제품, 서로가 제 역할에 충실하며 결합되어야 비로소 소비자들에게 좋은 제품으로 기억되고, 브랜드를 강력하게 만드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미지 출처 | Pinterest, Behance, abc Design, 매일경제, masahiro-minami.com, nend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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